건강가이드

당신의 '소화불량', 사실은 난소암?

 부인과 종양 중 가장 치명적인 질환으로 꼽히는 난소암은 부인암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흔히 '조용한 살인자'라 불리는 이 질환은 췌장암과 함께 초기 증상이 미미하거나 비특이적이어서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난소암의 조기 발견이 불가능하다는 통념이 오해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의학계는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별 검사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으나, 아직까지 그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소암 환자의 약 70%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 또는 4기 단계에서 진단을 받게 된다. 이는 치료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1기나 2기에서 발견된 환자들의 경우 5년 생존율이 60~90%에 달하는 반면, 3기나 4기에서 진단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10~40%로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암이 진행된 상태라 할지라도 수술을 통해 종양을 완전히 절제할 수 있다면 완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난소암의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0년에 실시된 대규모 연구는 난소암 환자 1,700명을 대상으로 증상 발현 시기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95%의 환자들이 진단받기 3~12개월 전부터 이미 특정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난소암이 정말로 '무증상'인 질환이 아니라, 오히려 초기부터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소암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증상으로는 골반 및 복부 통증, 소변 빈도 증가, 소화불량, 조기 포만감, 그리고 복부 팽만 등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증상들이 암의 진행 단계와 상관없이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즉, 초기 단계의 난소암 환자들도 진행된 단계의 환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소암이 조기에 발견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이러한 증상들이 흔히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소암 환자의 15%는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12%는 단순 스트레스로, 9%는 위염으로, 6%는 변비로, 또 다른 6%는 우울증으로 오진받은 경험이 있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환자의 30%가 실제로는 난소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13%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난소암의 증상과 일반적인 위장 및 비뇨기 질환의 증상을 구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난소암을 의심해볼 만한 6가지 주요 증상으로는 복부 팽만, 복부 크기 증가, 조기 포만감, 식사 곤란, 골반 통증, 그리고 복통이 포함된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난소암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위에 언급된 증상들이 한 달에 12회 이상(즉, 거의 매일) 발생하면서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지속된다면 난소암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연구 대상자의 60~85%에서 난소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난소암의 위험 요인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특히 가족력은 난소암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난소암 발병 위험이 일반 인구보다 최대 4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예방적 난소 및 나팔관 절제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경구 피임약 복용, 난관 결찰술(나팔관 폐쇄 수술), 임신 경험, 그리고 모유 수유 등은 난소암 위험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경구 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한 여성은 난소암 발병 위험이 약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난소암의 최대 70%는 실제로 난소가 아닌 나팔관에서 발생하여 난소로 전이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난소암 예방 전략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는데, 자궁절제술과 같은 다른 부인과 수술을 받을 때 나팔관을 함께 제거하는 것이 난소암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더 이상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들에게 이러한 접근법은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다.

 

전문가들은 난소암의 조기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증상에 대한 인식 부족을 꼽는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경험하는 증상이 난소암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의료진 역시 이러한 증상을 다른 흔한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적인 소화기 및 비뇨기 증상과 구별되는 난소암의 특징적인 증상 패턴을 숙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난소암 조기 발견을 위한 또 다른 접근법으로는 정기적인 부인과 검진이 있다. 비록 현재까지 효과가 입증된 난소암 선별 검사는 없지만, 정기적인 골반 검사와 초음파 검사는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여성들은 더욱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