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화 '팬시 댄스'..사라져가는 언어와 소수자 문제를 조명하다

카유가어는 현재 전 세계에서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20명도 채 되지 않으며, 총사용자도 200명 정도에 불과한 이쿼로이 연맹 카유가족의 언어로, 사멸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런 희귀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에리카 트렘블레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팬시 댄스(Fancy Dance, 2023)'다. 

 


'팬시 댄스'는 오클라호마주 세네카-카유가 보호 구역에서 사는 주인공 잭스와 그의 조카 로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카유가어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캐릭터들을 통해 사라져가는 언어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잭스와 로키는 종종 비밀스럽게 대화할 때 카유가어를 사용한다. 에리카 트렘블레이 감독은 카유가어를 배우면서 이 언어를 유창하게 쓰는 젊은 세대를 상상했고, 그것이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되었다.

 

잭스는 실종된 자매 타위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전과자인 그에게 돌아오는 도움은 미미하다. 그는 가족의 일원이지만 신뢰받지 못하는 존재로, 영화는 이러한 잭스와 타위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가 소수자와 그들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타위의 실종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묵살되는지 비판한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선주민 여성의 실종과 살해 사건은 심각한 문제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MMIW(Missing and Murdered Indigenous Women) 운동은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영화 '팬시 댄스'는 이런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 속에 선주민 여성들의 고통과 목소리를 담아내며,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단순히 사라지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기억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결코 선하지 않지만, 그들이 겪는 고난과 생존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깊은 생각을 안겨준다.